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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골프이야기

KPGA의 뉴 페이스 박상현, 이제야 운이 트인 2009년, 목표는 상금왕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하며 루키시즌을 보냈지만 2006년 군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 후 출전한 2008년 NH농협 제51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눈앞에서 우승을 빼앗겼다. 무명 아닌 무명으로 더 서러운 시절을 보냈던 박상현 선수의 이야기이다. 불운했던 그에게 2009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 SK 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사람들에게 박상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2009년 KPGA 기대주로까지 떠올랐다.

군 생활이 가르쳐 준 것
박상현은 2002년, 2003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하다 2004년에 프로로 전향했다. 2005년도 Q스쿨 12위로 KPGA 풀시드를 획득해 투어에 뛰어들었다. 루키 시즌 상금 순위 34위를 기록하면서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서 한창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 이듬해 그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되는 군대로부터 갑작스러운 입영 통지서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입영을 결정했다. 어릴 때 골프를 시작해 줄곧 골프에만 매진해온 그에게 보통 친구들 같은 학창 시절이 없었다. 골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온 그는 군대에서 이를 실천했다. 운동선수로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군대를 역이용해 휴식기를 가진 것이다. 전경으로 현역생활을 하면서 군 생활에만 충실했던 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제대 후 다시 골프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 11월에 정기 휴가 기간을 이용해 응시했던 시드 선발전에 운 좋게 통과한 박상현은 전역 후 2008년 8월 하반기 대회부터 투어에 복귀했다. 그 동안의 공백으로 첫 성적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인 NH 농협 제51회 KPGA 선수권대회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해 올 시즌 풀 시드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박상현은 “군 생활 동안 가졌던 골프 휴식기가 현재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옛 시절을 회상했다.




재기에 성공한 2009년, 그리고 첫 우승
올해 4월 KPGA 개막전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1차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올라선 박상현은 2009년을 재기의 해로 삼았다. 또한 앙드레 김 골프와 후원계약을 맺어 든든한 아군까지 생겼다. “동계 전지훈련에서 쇼트 게임과 딱딱한 그린에 대비한 하이 페이드샷 연습에 주력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270∼28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예전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1라운드 쇼트게임에서 그린 주변 10∼15m 사이의 어프로치는 거의 100%에 가까운 파세이브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 2009년 5월 그는 생애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 7275야드)에서 열린 KPGA SK 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기록, 종합 12언더파 276타로 고대하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4라운드에서 9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한 그는 첫 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전반 1,4,5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이후 홀을 파세이브로 잘 막아 금세 선두로 뛰어 올랐다.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김도훈과 연장전으로 이어질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도훈 역시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놓치면서 박상현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박상현은 “최경주 선배와 같은 챔피언 조였다면 많은 갤러리 때문에 우승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유명한 선수가 아니어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칠 수 있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10승 하려면 아직 멀었다
박상현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그동안 나를 위해 투자하신 돈이 10억 이상은 된다. 이제 겨우 1승 했으니 아직 멀었다. 우승상금은 모두 아버지께 드리겠다”며 우승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넘는 비용이 든다. 어릴 때부터 골프에만 전념하다 보니 학업은 아무래도 소홀해지기 마련이고, 이렇게 3~4년이 지나면 그 동안의 투자한 시간과 돈 때문이라도 더욱 포기할 수 없게 된다. 프로 지망생 본인 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매달려야 하는 현실, 그런 애환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군대에 현역으로 바로 지원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골프를 하자고 결심한 데에는 역시나 그에게 골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고생한 가족들을 생각해서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5월에 열린 SK 텔레콤 오픈 1승으로 박상현은 상금 약 1억2천만 원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투자한 10억이라니 돈과 그 은혜를 갚으려면 10승도 모자란다. 그 다음 대회였던 SBS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2라운드 공동 선 두에 오르며 그의 2연승을 내심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최종라운드에서 5타를 잃어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12위에 그쳤다.
잇따라 우승을 놓쳤음에도 그는 기죽지 않았다.

올해 복귀에 성공해 생애 처음으로 1승을 거둔 것도 본인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동안 쉬면서 목말랐던 승부욕을 불태우며 계속해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이면 삼성베네스트 오픈을 시작으로 2009 하반기 KPGA가 개막한다. 루키시절, 새롭게 등장한 꽃미남 골퍼로 여성 갤러리를 설레게 했던 그의 미소를 어쩌면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골프가이드(www.golfguide.co.kr)